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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러피안 팝아트 소마미술관 '누보팝'전

도재기 기자

Aug 15, 2007

현대미술 작업 현장에 큰 영향을 끼친 미술사조 가운데의 하나가 1950년대 영국에서 태어나 60년대 미국에서 절정을 이룬 ‘팝아트’다. 팝아트 작가들은 광고나 만화, 영화 이미지는 물론 동네 슈퍼마켓에서 파는 각종 상품 등 대중문화 이미지를 미술에 끌어들여 고상하게 ‘그들만의 잔치’를 즐기던 순수 미술계를 뒤흔들었다.  팝아트로 인해 대중들은 누구나 한마디씩하며 ‘가볍게’ 작품을 즐겼다. 지금 곳곳의 전시장을 찾으면 팝아트의 영향이 느껴지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팝아트하면 미국 팝아트를 떠올린다. 앤디 워홀로 대표되는 미국 팝아트는 미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과 함께 세계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림픽공원에 자리잡은 소마미술관의 ‘누보 팝’ 전(9월30일까지)은 유럽, 특히 프랑스의 팝아트를 즐길 수 있어 눈길을 끈다.프랑스에서 활동하는 7개국 10명의 작가가 회화, 조각 등 50여점을 6개 전시실에 선보이고 있다. 미국 팝아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 작가들 작업과의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차이, 유럽 활동 작가들의 생각과 표현 방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더욱이 팝아트라 그리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쉽게 읽어낼 수 있고, 작품 곳곳에 녹아든 유머와 풍자도 풍성하다.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데파스칼은 다국적 기업들의 과자 봉지에 홍수 장면, 애완견, 폭발사고 등을 콜라주 기법으로 추가시킨다. 현대 산업사회의 산물과 그와 연관된 각종 인간사를 집어넣어 문명 비판적인 요소가 보인다. 알약, 거대한 기계장치 등을 극사실적으로 그려내는 필립 위아르의 작품에서도 그저 소비재가 돼버린 의료 문화 등 현대 소비문명을 고발·풍자하는 듯하다. 그는 기계와 아이의 순진한 얼굴, 화면 속에 문장이나 단어를 삽입시킴으로써 메시지를 더 강화시킨다. 안토니오 데 펠리페는 콜라병을 든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를 비롯해 마릴린 먼로·오드리 헵번 등의 대중 스타를 소재로 하거나, 장식성이 강한 파랑색의 소를 표지 모델로 한 ‘보그’지 등을 통해 팝아트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탈리아에서 결성된 그룹인 ‘크래킹 아트’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초록색 곰, 분홍색 펭귄 조각을 설치했다. 전시장을 찾은 어린이 관객들이 좋아하는 작품으로 산업 사회 합성물인 플라스틱과 자연을 상징하는 동물의 결합을 통해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를 모색한다. 크래킹 아트 그룹의 일원인 벨기에의 윌리엄 스윗러브는 온통 빨간색의 플라스틱 애완견, 모나리자가 부조된 쿠션 등을 설치해 대중의 사치나 허영을 조롱한다. 이밖에 꽃·식물을 인체와 교묘하게 합성해 에로틱한 면도 엿보이는 소품 100점을 내놓은 중국 작가 샤오판, 화면에 늘 지퍼를 활용하며 풍자성 짙은 작품을 보여주는 세실리아 쿠바레 등의 작품도 있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면 유럽의 팝아트는 직설적인 미국 것과 달리 은유적인 맛이 훨씬 강하다. 이는 과자 봉지에 콜라주 기법으로 인간사의 이야기를 담은 파스칼, 위아르 등의 작품에서 쉽게 대조된다. 또 현대문명, 소비사회에 대한 비판성도 미국에 비해 강하며 재료의 상징성을 활용하고, 인체와 함께 작품 속에 인간적인 이야기도 많이 녹아들어 있다. 박윤정 큐레이터는 “누보 팝아트는 풍자든 비판이든 그 속에 인간적인 따뜻함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02)410-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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