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MEN = 안재형
Sep 30, 2010
미술품 경매시장이 뜨겁다. 예술에 투자 개념이 더해지며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술 시장의 숨은 진주는 무엇일까. 한혜욱 헬리오아트 대표는 “보는 눈에 인내심을 더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앙베르토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Ⅰ` 1억430만 달러, 올 초 런던 소더비 경매시장의 최고 낙찰가다. 크리스티는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을 1억640만 달러에 판매했다. 작품보다 거래 금액에 ‘헉’ 소리 나는 상황.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글로벌 미술 시장이 경기 회복과 작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국내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 6월 서울옥션에 출품된 이중섭의 `황소`는 낙찰가 35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서울옥션의 경매 실적은 209억6500만원(낙찰 총액 기준). 지난해 상반기 148억원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K옥션의 실적도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블룸버그>는 “아시아 부자들이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수단으로 블루칩 작품들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과연 미술 시장의 호조에 주의할 점은 없는 것일까. 최근 롯데호텔 스위트룸에서 호텔 아트페어 ‘Salon Exhibition’을 개최한 한혜욱 헬리오아트 대표는 “무엇이든 투자에는 기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부풀려진 고무줄 작품가가 문제
최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톱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AHAF)’가 대표적인 호텔 아트페어라면 한 대표의 ‘Salon Exhibition’은 기업과 연계한 새로운 VIP 아트 마케팅이다. 헬리오아트가 작가와의 커뮤니케이션과 작품 수급을 진행했다면 롯데호텔은 한층 할인된 가격에 스위트룸을 제공하고 투숙객과 VIP고객을 위한 홍보를 맡았다. 아트기획 전문업체가 투자 가치 높은 작품을 선별하고, 구매력 높은 VIP고객이 타깃이 된 윈윈 전략이다. 한 대표는 재테크의 일환으로 접근하는 고객을 위해 소장 가치가 높은 중견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며, 가격 수준을 2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로 제한했다. “꾸준히 작업하는 중견작가의 작품을 준비했어요. 대부분 해외 유학과 해외 전시 경험이 있는 작가들이죠. 투자를 고려하는 분들을 위해 일부러 가격을 높지 않게 책정했어요. 한 대표는 작가 섭외에 앞서 세 가지를 고려했다. 앞으로 10년, 20년 동안의 꾸준한 작품 활동 유무, 해외 전시 경험, 적당한 작품가가 그것이다. 해외 전시 경험을 고려하는 건 국내와 해외의 작품가 차이 때문이다. “우리 미술계의 문제점이죠. 국내에서와 해외에서의 작품가에 차이가 있거든요. 국내에선 억대 작가인데 해외에선 인정받질 못해요. 블루칩이라 손꼽히는 작가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작품가가 고무줄이라면 미술 시장이 안정되지 못하겠죠. 일례로 한 원로작가의 작품이 5억원에 낙찰됐다가 최근엔 1억원으로 떨어졌어요. 언밸런스죠.”
과대평가된 작품이 많다는 지적이지만 한 대표는 글로벌 미술 시장과 아트 펀드의 안정성은 부동산 시장보다 높다고 덧붙였다. 명품 가방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듯 미술품 또한 그러해야 국내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옥션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활성화 됐지만 폐단도 있습니다. 1000만원짜리 작품가를 1억원까지 올려놓기도 하거든요. 그 작품을 다시 옥션에 내놓으면 같은 가격대가 형성돼야겠죠. 하지만 부풀려진 작품가는 미술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뿐입니다.”
미술 시장의 글로벌화, 작가 존중부터
그렇다면 미술품 투자의 기본은 무엇일까. 한 대표는 “우선 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분들은 수도 없이 그 지역에 가본다고 하죠. 그래서 눈에 들어오고 친숙해져야 계약한다고 합니다. 미술품도 마찬가지죠. 많이 봐야 눈에 들어오고 투자할 마음이 생깁니다. 또 무턱대고 유행을 따르면 낭패보기 쉽거든요. 진중하고 꾸준한 작가성이 투자의 기본입니다.”
한 대표가 이야기한 트렌드에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예술 경향에 작가의 성향도 포함한다. 단기간 동안 성향이 들쭉날쭉인 작가의 작품은 결코 쉽게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30대 중견작가보다 10년 이상 꾸준히 작품성을 유지해온 40~50대 중견작가의 작품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한 대표가 아끼는 작품은 운보 김기창과 김환기의 작품. 여타 국내 작가와 비교해 해외에서도 당연히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어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런가하면 블루칩 작가를 묻는 질문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야기했다. “지면을 통해 이야기하면 괜한 오해를 불러오기 쉽잖아요(웃음). 우선 국내 시장을 글로벌화 시켜야죠. 아직 갈 길이 남았습니다. 우선 홀로 애쓰고 있는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해요. 이에 앞서 이런 작가들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선행돼야겠죠. 그렇게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맞추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적정선을 유지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