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emin Lee
이혜민 작가는 서울 대학교와 뉴욕 대학원에서 조각과 비디오 설치를 전공했으며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20여 회의 개인전과 그룹 전을 통해 활발한 작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 아트페어로는, 아트 바젤 홍콩(2016), 아트 바젤 마이애미 (2019)에 참가했습니다. 마땅한 미술 재료가 없어서 그것들을 자르고 바느질해서 베개 수십 개를 만들어 설치 작품을 제작했다. 작은 베개는 가로세로 8㎝였고, 큰 것은 가로세로 20㎝였다. 그렇게 지난 26년간 만든 베개가 5000여 개에 달한다. 알록달록한 베개들을 이어 주렁주렁 전시장에 걸고 베개를 쌓은 형상을 청동 조각상으로 만든다. 동양적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베개는 어느 나라와도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였다. 연약한 천으로 만든 베개를 강하게 만들고 싶어 청동 작품으로 만들었다.
작가는 "잠을 잘 때 베개는 꿈으로 안내하고 힘들 때 위로를 주며, 나만의 비밀 이야기를 들어줬고 눈물을 닦아줬다. 내 작은 꿈을 상징하는 베개 수천 개를 엮어서 작가라는 큰 꿈을 이루고 싶었다. 지하에 갇혀 있는 쓰레기로 만든 베개는 세계 전시장으로 가는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작업실에 조용히 앉아 조각조각의 천을 손수 꿰맬 때면 가슴속에 훈풍이 일었다. 천을 연결해 작은 베개 커버를 만들고 솜으로 속을 채워 켜켜이 쌓아 올리면 마치 오랜 시간 염원해왔던 꿈이 이루어지는 것만 같은 쾌감을 얻곤 했다. 작가의 꿈을 포기하고 전업주부로 전향할 것을 권유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혜민 작가는 작가의 길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짬이 날 때면 누추하지만 혼자만의 공간에 찾아들어 작품을 구상하곤 했다. 이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버려지거나 낡은 천을 활용해 작은 베개를 만들어 새로운 설치 구조물을 완성하는 ‘필로우 시리즈’이다.